DANNER with CREATOR vol.5- SLOW PHARMACY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부츠 대너가 한국의 크리에이터들과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반짝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인물을 만나, 그들의 작업 공간에서 새롭게 창조되는 메타적 존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너가 만난 크리에이터 Vol.5 – SLOW PHARMACY 이구름, 정우성 부부

찾아오는 손님에게 각자에게 맞는 식물을 처방하고 식물이 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SLOW PHARMACY(이하 슬로우파마씨)의 이구름, 정우성 부부.(@slow_pharmacy)
슬로우파마씨는 식물 인테리어가 커다란 트렌드로 자리 잡기 전부터 ‘반려 식물’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식물을 그저 하나의 소품이 아닌 생명으로써 소중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이구름, 정우성 대표의 직업은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키우는 가드너, 여러 기업들의 공간을 식물로 디자인하는 공간 디자이너. 혹은 우리의 지친 마음을 식물이라는 기분 좋은 ‘약’으로 처방해주는 약사 등 무엇 하나로 완벽하게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대너는 이 37,000여 명의 SNS 팔로워를 가진 식물 가게의 사장님, 가드너, 약사님, 디자이너와 함께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슬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커다란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가드닝과 가드너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이 직업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이구름: 이하 (이) 어머니가 오랫동안 꽃집을 하셨고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꽃과 식물들을 보며 자랐다. 어머니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언니 또한 영향을 받아 꽃집을 운영했고 우리 또한 직장 생활을 하다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이구름은 광고회사의 디자이너로, 정우성은 애니메이터로 일을 했다. 밖에서 노동을 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남편(정우성)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후로는 같이 슬로우파마씨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정우성: 이하(정) 식물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하나의 트랜드로 변해버린 지금, 식물이 그저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이나 오브제가 아닌 생명으로써 자리잡기를 바랐다. 그런 태도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Pharmacy (약국) 이라는 네이밍이 인상적이다. 슬로우 파마씨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와 어떤 방식으로 식물을 처방해 주는지.

이: 네이밍은 오랫동안 고민했다. 비이커나 현미경 등 과학 기구들을 좋아해 수집하고 있었는데 이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과 함께 키워 사진을 찍어봤는데 너무 예뻤다. 식물로 인해 느린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게 되었고 또 식물들을 통해 지쳐있던 자신의 마음을 위로 받았는데 이 것을 포인트로 두고 병원이나 랩 보다는 우리 생활 속에 친근한 느린 ‘약국’ 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 식물을 사는 사람의 처한 환경이나 공간에 대해 물어보고 식물을 추천하고 처방 해드린다. 예를 들어 식물을 키워본 적이 있는지. 집에 창문이 있는지. 베란다나 테라스가 있는지. 직접 키우는 건지, 선물하는 건지와 같은 질문들이 그것이다.

 

 

제품의 패키지가 굉장히 인상 깊다. 비이커 선인장과 이끼 테라리엄 속 미니어처들도 너무 귀엽다. 제품 구상의 아이디어는 대개 어디서 얻는 편 인가.

이: 슬로우파마씨의 첫 제품은 이끼 테라리엄이다. 수많은 식물들 중 이끼가 주인공이 되었던 적은 없었다. 이끼는 보통 다른 식물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이끼만 따로 놓고 키워보니 작은 숲 같더라. 이끼는 쉽게 죽지 않고 정말 키우기 쉬운 식물인데 어떻게 하면 가장 예쁘게 오랫동안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작은 유리병인 테라리엄에 키우는 방식이 가장 잘 크고 모양도 예뻤다.

정: 제품 구상은 대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 진입장벽이 낮은 식물들을 위주로 구상한다. 식물을 고른 후에는 어디에 심고 길러야 가장 예쁘고 잘 자랄지에 대해 고민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제품이 탄생한다.

이: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식물을 어떻게 하면 죽이지 않고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슬로우파마씨의 제품을 판매하는 일 외에도 여러 브랜드와 건물의 조경디자인도 진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었다면?

이: 일을 함에 있어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한 작업이었는데 한남동에 위치한 ‘사운즈 한남’의 조경 사업도 오롯이 클라이언트가 믿고 맡겨 주시는 덕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산림청에서 진행했던 ‘숲 으로 가자’ 캠페인이었다. 양재 시민의 숲을 꾸미는 일이었는데 가드너로서 숲을 꾸미는 일은 조금 더 큰 사명감을 갖게 했고 어른과 아이들 모두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감회가 새로웠다.

가드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식물이 있다면?

정: 수경재배 식물들이나 야자나무류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수경재배 식물의 경우는 누구나 물만 있으면 키우기 쉽기도 하고 컴팩트한 크기의 식물들이 많아 집이나 사무실 책상이나 선반 위에서도 큰 수고로움 없이 가볍게 키우며 교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신고있는 대너의 부츠가 너무 잘 어울린다.

이: 대너에서 인터뷰와 화보 제안이 왔을 때 너무 기뻤다. 가드너와 워크부츠라. 주변의 반응도 너무 좋았고 생각만해도 재밌을것 같았다. ‘가드닝’ 이라는 일 자체가 어찌보면 대너가 말하고자 하는 ‘어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아웃도어’와도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통 산으로 들로 자연을 보러 가는 것만을 ‘아웃도어’라고 하는데 도심 속 집 밖의 식물들을 에쁘게 가꾸고 다듬는 라이프스타일 또한 도심 속에서 즐기는 ‘아웃도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둘다 문 밖의 자연으로 향하는 걸음이기 때문이다.

정: 우리가 입고있는 작업복도 워크웨어 브랜드의 제품이다. 대너는 매일 진흙을 밟고 물과 땀에 젖는 우리에겐 최고의 제품이자 작업화가 될 수도 있을 것같다. 또 우리 작업복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대너 제품은 따로 있나?

이: 사실 브랜드 대너의 제품을 신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워크부츠를 신어봤지만 대너의 제품이 제일 가볍고 좋은 것 같다. 특히 방수가 잘되어 좋다.

정: 대너는 사실 남자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브랜드이다. 대너를 생각하면 왠지 아메리칸캐쥬얼의 멋진 룩이나 먼지가 켜켜히 쌓인 거친 부츠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생각보다 세련된 디자인도 그렇고 기능성에 또 한번 반했다.

 

대너를 사랑하고 당신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다고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식물에 물을 주고 나무와 꽃을 보며 살아가는 일이 여유로워 보이겠지만 사실 손이 엄청 가는 일이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하우스에 들려 물을 줘야 하고 느린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정: ‘바쁨’의 ‘질’ 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할 것 같다. 우리는 보통 ‘휴식’의 ‘질’에 집중하고 ‘쉼’을 갈구하며 살아가는데 사실 삶이라는 건 일의 연속인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며 바쁜지.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주체적으로 바쁜 일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면 아무리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삶의 스트레스나 피로도 는 덜 할 것이다.

 

끝으로 슬로우파마씨, 개인적으로는 이구름, 정우성 부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이: 온실을 갖고 싶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식물들을 화분에 심는 게 아니라 땅속에 심어 주고 싶다. 식물을 땅에 심으면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길어지고 전보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우리 하우스에 있는 커다란 나무와 꽃들을 땅 속으로 돌려보내고 모든 이들이 그 아름다운 식물들을 다 같이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정: 꼭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드너이기 이전에 식물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같이 느끼는 치유의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전달하고 싶다.